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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그치?’는 틀린 표현

상대방의 공감을 유도하며 되묻는 언어 습관을 지닌 사람이 많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말끝마다 “그지?” “그죠?” 혹은 “그치?” “그쵸?”를 덧붙이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이 맞춤법상 올바른 표현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이는 틀린 표현이다. ‘그지’ ‘그치’는 ‘그렇지’를 줄여 쓴 표현이다. ‘그렇지’는 ‘그렇다’를 활용한 표현인데, ‘그렇다’는 ‘그러하다’가 줄어든 말이다. 결국 ‘그러하지→그렇지→그지/그치’가 된 셈인데, ‘그지’는 ‘그렇지’에서 ‘렇’이 통째로 빠진 형태다. ‘그치’는 ‘러’가 빠지고 받침으로 쓰인 ‘ㅎ’과 뒤에 오는 ‘지’가 결합해 거센소리인 ‘치’로 변한 모습이다.   ‘그렇다’는 ‘그렇고, 그렇게, 그러니, 그런, 그러면’ 등과 같이 활용된다. ‘그렇다’는 ㅎ불규칙용언으로, 활용할 때 어간인 ‘그렇-’에서 ‘ㅎ’이 불규칙적으로 탈락하기도 하지만 ‘렇’이 통째로 사라지진 않는다. 다시 말해 ‘그지’나 ‘그치’와 같이 줄어들 수 없다. ‘그죠’와 ‘그쵸’도 마찬가지다. ‘그러하죠→그렇죠→그죠/그쵸’가 될 수 없다. ‘그렇죠’가 ‘그죠’나 ‘그쵸’로 줄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지/그치’ ‘그죠/그쵸’는 ‘그렇지’ ‘그렇죠’로 표기해야 바르다.우리말 바루기 표현 언어 습관

2024-03-12

[우리말 바루기] 동사가 된 ‘기반하다’

일상에선 통용돼 왔지만 “실화에 기반한 영화”는 그동안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으로 분류됐다. “실화에 기반을 둔 영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로 적절히 바꿔 줬다. ‘기반하다’를 동사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반하다’를 굳이 ‘기반을 두다’ ‘기반으로 하다’와 같은 형태로 바꿀 필요가 없어졌다. 바탕이나 토대를 두다는 뜻의 동사로 ‘기반하다’를 쓸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기반하다’가 2017년 4분기 표제어로 추가돼서다.   접사 ‘-하다’는 일부 명사나 부사 등을 형용사나 동사로 바꿔 주는 기능이 있다. 일·생각·공부·위반 등처럼 대체로 동작성이나 서술성이 있는 말에 붙는다. 도구·두뇌·성적·벌금과 같은 움직임이 없는 말과 결합하면 어색하다.   논란의 소지도 있다. 동작성 명사가 아닌데도 ‘-하다’가 붙은 형태의 말이 사전에 등재돼 있어서다. 동사 기초하다·근거하다·토대하다 등이다. 언어 습관의 변화를 일부 받아들여 사전에 올린 경우다. 이번엔 ‘기반하다’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여전히 바탕하다·뿌리하다는 인정하지 않는다. “실화에 바탕한 작품” “실화에 뿌리한 글”은 각각 “실화에 바탕을 둔 작품” “실화에 뿌리를 둔 글”로 고쳐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기반 동작성 명사 언어 습관 일부 명사

2023-01-20

[기자의 눈] 꽃이 되는 말, 칼이 되는 말

“방금 커피 마시는 거 못 봤어요?”     돌아온 대답에 적잖이 당황했다. 오늘 잠을 잘 자지 못할 것 같다는 상대방의 말에 가벼운 걱정의 마음으로 왜냐고 물어봤을 뿐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날 선 대답이었다. ‘말을 해도 꼭 저렇게 해야 되나.’ 선의의 관심이 불쾌감으로 바뀌려 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딱히 악의가 있어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표현 방식이 다소 거친(?) 듯했다.     안타까움마저 들었다. 누가 가시 돋친 대답이 돌아올 걸 감수하며 그의 옆에서 관심을 베풀려 하겠는가.       사람에 품격이 있는 것을 ‘인품’이라 하듯, 말의 품격을 ‘언품’이라 한다. 말씀 언(言)자는 두 이(二)가 2번 반복되고 그 아래 입 구(口)가 합쳐져 만들어진다.     두 번 생각한 다음 천천히 입을 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를 들으면 그 사람의 품성과 인격을 느낄 수 있다. 짧은 대화로 시작해 계속 알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더이상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말 속에 묻어난 인격이 고스란히 청자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말을 품위 있게 하는 사람이 인정과 대우를 받는다 .   사실 말은 배운다고 품위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위심성(言爲心聲),  말은 마음의 소리다. 즉, 이미 내면에 있는 것으로부터 온다.       책 ‘말의 품격’은 이를 ‘인향’으로 표현하며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말은 누군가에겐 꽃이 될 수 있으나 반대로 창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국대 김성윤 정치학 명예교수는 “말을 단지 기술로 생각한다면 의사전달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말로 망한 자는 말이 아니라 내면의 부실 때문이다. 말은 단순히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수양과 성품과 인격 속에 함축된 가치관이 응축되어 말로 표현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말의 습관’이라는 제목으로 SNS상에서 큰 인기를 끈 글귀는 언어와 화자의 내면 상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언어가 거친 사람은 분노를 안고 있는 사람입니다. 부정적인 언어 습관을 가진 사람은 마음에 두려움이 있는 사람입니다. 과장되게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 마음이 궁핍하기 때문입니다. 자랑을 늘어놓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 마음에 안정감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항상 비판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그 마음에 비통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헐뜯는 사람은 그 마음이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커피로 핀잔 준 그 역시 가족과 대인관계로 인해 많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라고 전해 들었다. 그의 상처는 고스란히 그의 말에 담겨 다른 이들을 할퀴었다.     남들에게 언어로, 화법으로, 표현 방식으로 지적을 받고 있나. 그렇다면 본인의 내면을 돌아보고 돌봐주어야 한다. 아픔이 있다면 토닥여주고 상처가 있다면 직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상처를 마주해 대면하는 것이 치유의 첫 발걸음이라 말한다.     청자 또한 이해하고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 말을 받아들이기 보단 상대방의 내면의 약함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이해하자.     갈등과 충돌은 한쪽이 이해할 때 그 힘을 잃기 마련이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표현 방식 언어 습관 품성과 인격

202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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